전차 이야기(上) - THE SSEN LIG

디펜스 Show + 이승진의 플랫폼 이야기

전장을 내달리는 60톤의 강철 괴수
전차 이야기(上)

글. 기계연구센터. Project 2팀/ 이승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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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라는 무기가 역사에 등장한 지 100년이 지났다. 전차가 등장한 이후 여러 무기들이 ‘전차 킬러’를 자처하지만 21세기가 된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전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전차의 태동과 공격력, 포탄 및 부무장에 대해 살펴본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차 MK. IV(좌)와 현대의 영국 전차 챌린저2(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전차 MK. IV(좌)와 현대의 영국 전차 챌린저2(우)

< 복원된 MK.1 전차의 시범 운행 영상 >

전차의 역사, 이동형 벙커에서 전장을 내달리는 중갑기병으로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 당시 독일은 서쪽으로 프랑스, 영국 및 미국 연합군과 맞서 싸우고 동쪽으로 러시아와 맞서 싸웠다. 당시 연합군은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독일 본토 내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바로 참호와 철조망, 그리고 기관총 때문이었다. 참호 속에 적 병사들이 숨어있으면 마땅히 공격할 수단이 없었으며 적 참호를 돌파하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면서 병사들을 일제히 돌격시켜야 했다. 참호를 지키는 입장에서는 기관총 몇 대만 설치하면 맨 땅으로 뛰어오는 적 병사 다수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 참호 앞에 철조망까지 설치해두면 적 병사들은 철조망을 넘느라 진격 속도가 더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수백 미터를 진격하기 위해 수천 명 이상의 병사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흔했다. 물론 참호를 돌파할 뾰족한 방법이 없던 것은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연합군과 독일은 서로 전선에 참호만 길게 파고 상대편이 진격해오기를 기다리는 ‘참호전’을 벌이게 된다.
이 방법을 타개할 방법으로 각 군은 적 참호까지 최대한 빨리 도달하기 위해 자동차를 써볼 생각도 했지만 일반 도로도 아니고 진흙탕과 포탄 구덩이가 곳곳에 널려 있는 전선에서 자동차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거나 바퀴가 빠져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이때 몇몇 개발자들은 농업용 트랙터를 위해 개발된 무한궤도를 사용하는 군용 차량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무한궤도는 진흙탕에서도 쉽게 바퀴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공병장교 스위튼(Ernest Switon)은 이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 무한궤도로 움직이는 차량에 장갑판을 둘러 적의 기관총 공격을 막고, 적 참호진지 근처까지 다가가서 직접 적 기관총 진지에 총격·포격을 가하여 참호를 돌파하는 차량을 개발하고자 했다. 영국 육군은 처음에 몇 가지 시제품을 만들었으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기대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국 이 아이디어는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이때 당시 해군성(지금의 국방부와 비슷한 조직이나 당시에는 해군, 육군성이 별도로 존재) 장관인 윈스턴 처칠(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수상이 됨)은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육상전함’이라는 콘셉트로 계속 발전시키도록 후원했다.
이때 영국군은 자신들의 비밀무기의 정체를 적 스파이로부터 숨기기 위해 대외적으로는 ‘러시아군에게 물을 실어 나르는 공병차량’이라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물 운반차’라는 뜻의 Water Carrier라고 불렸는데(Water Carrier 약자는 W.C, 즉 수세식 화장실이 됨) 한편으로 윈스턴 처칠의 약자도 되어 오히려 의도가 들통날 수 있다고 여겨 곧 ‘물탱크’라는 뜻의 Water Tank로 고쳐졌다. 완성된 최초의 전차 Mk.1(마크 1)은 당연히 물탱크 따위는 달려있지 않았지만 이때의 별명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영어 단어 ‘탱크(tank)’는 액체를 담는 통 이외에 전차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Mk.1 전차. 전차 꼬리에 달린 작은 바퀴는 초기 모델에 달려있던 방향전환을 돕는 바퀴이며 후에는 제거됨

Mk.1 전차. 전차 꼬리에 달린 작은 바퀴는 초기 모델에 달려있던 방향전환을 돕는 바퀴이며 후에는 제거됨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땅 위를 기어가는 이동형 벙커라는 개념에 가까웠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러서는 아군의 선봉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중갑기병대에 가까워졌다. 전쟁 양상이 빠른 속도로 적의 약점을 파고들어 적 후방을 끊어버리는 기동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무전기의 발전으로 전차끼리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전차가 대규모로 집단 운용되기 시작했다. 전차가 지상군의 선봉에 서다 보니 아군 전차와 적 전차가 전선 한가운데서 만나는 것이 흔해졌는데, 결과적으로 전차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적 전차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를 용도에 따라 작고 빠른 경(輕)전차, 모든 면에서 가장 균형이 잡힌 중(中)전차, 느리지만 강력한 중(重)전차로 나누거나 보병을 따라 느린 속도로 진격하며 보병을 지원하는 보병전차와 빠르게 움직이며 적을 공격하는 순항전차로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아무리 두터운 장갑을 둘러도 다양한 대전차 무기 앞에 전차는 파괴되기 마련이었다. 장갑을 적당히 두르는 대신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장갑을 많이 두른 무겁고 느린 중(重)전차가 사라졌다. 또 빠르게 움직이며 정찰을 하는 임무는 장갑차가 더 잘 수행하므로 경전차 역시 사라졌다. 결국 각 군대는 여러 종류의 전차를 개발하는 대신 과거 중전차에 가까운 개념으로 공격력과 방어력, 그리고 기동력을 고루 갖춘 한 종류의 전차만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대의 전차를 주력전차, 즉 MBT(Main Battle Tank)라 부른다.

전차의 공격력, 적 전차를 파괴하라

전차를 특징짓는 형태 중 하나는 포탑에 달려있는 기다란 주포다. 현대의 전차는 보통 120~125mm 구경(포 구멍의 내부 지름) 주포를 사용한다. 이 전차는 자이로센서 등을 이용해 아무리 전차가 움직여도 제자리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으며, 덕분에 움직이는 동안에도 최소한 주포는 흔들림 없이 적을 조준할 수 있다.

< 현대 전차의 주포 안정성을 보여주는 영상. 레오파르트2 전차의 주포 끝에 맥주잔을 얹고 달리지만 맥주가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

보통 1980년대 이전까지 개발된 전차용 주포는 내부에 나선형 홈인 강선이 파여 있으며, 이것으로 포탄에 빠른 회전을 걸어주어 포탄 머리 부분이 제멋대로 돌아가지 않고 똑바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는 팽이가 회전하기 시작하면 쓰러지지 않고 똑바로 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높은 관통력을 얻기 위해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DSFS, 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이라는 긴 이름의 포탄을 주력으로 사용하면서 강선이 없는 포가 유행한다. 강선이 있는 것은 강선포, 강선이 없는 포는 활강포(Smooth Bore)라 부른다. 활강포는 상대적으로 강선포에 비해 측풍에 약하지만 현대의 전차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다 보니 2, 3km 이내에서는 강선포 수준으로 정확히 표적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상 멀리 떨어진 적은 어차피 지형에 가리거나 전차의 센서 탐지거리의 한계 때문에 전차가 공격하기 어려우므로 큰 문제가 안 된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

<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설명 및 시험 영상 >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쉽게 말해 전차 주포에서 쏘는 금속화살이다. 의외로 ‘대포’라는 물건이 처음 역사에서 등장했을 때도 대포에서 쏘아 보내는 것은 쇳덩이나 돌덩이가 아니라 화살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철갑탄’이란 갑옷(갑옷 갑甲)을 뚫는(뚫을 철徹)탄이란 뜻이다. 이는 보통 내부에 별도의 폭약은 들어있지 않고, 금속으로만 되어있는 포탄이다. 금속제 포탄의 관통력을 높이려면 일단 포탄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날면서도 무거워야 한다. 빠른 속도로 나가게 만드는 것은 화약(추진장약)이 하는 일이지만, 포탄 무게는 자체의 재질이 같다면 나머지는 부피에 달린 일이다. 그런데 관통력을 높이려면 포탄 모양이 바늘처럼 가늘수록 유리하다. 두꺼운 송곳과 가는 송곳 중 어느 것이 물건을 잘 뚫는지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부피는 유지한 채 가늘게 만들려면 결국 포탄을 앞뒤로 길게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앞뒤로 길고 몸통이 가는 물체는 회전을 걸어도 안정화가 쉽지 않다. 키가 높은 팽이가 더 잘 쓰러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런 경우에는 포탄에 화살처럼 날개를 달아서 안정화해야 하는데 이게 날개안정분리철갑탄(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의 ‘날개안정’이다. 포탄이 빠르게 나가려면 포 내부에서 화약의 힘을 최대한 잘 받아야 하고, 그 힘을 잘 받으려면 화약 힘을 받는 면적이 넓을수록 유리하다. 철갑탄처럼 가는 형태의 포탄은 전차포 내부에서는 화약의 힘을 받아 포탄을 가속시켜주다가, 포를 벗어나는 순간 포탄에서 벗겨지는 분리형 송탄통(Discarding Sabot)이 필요하다. 이게 날개안정분리철갑탄에 있어 ‘분리’의 의미다. 일선에서는 이 긴 이름을 다 부르기 어려우므로 보통 ‘날탄’이라 줄여 부른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그냥 쇳덩어리이므로 추가로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보병들 사이에 쏘아도 폭발 없이 탄만 땅에 박히고 끝난다. 건물에다 쏘아도 건물에 구멍을 내고 뚫고 들어가지만 내부에서 터지거나 하지 않으므로 건물 공간 내부가 넓다면 적이 별 피해를 입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전차 입장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포탄이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엄청난 고속으로 전차 장갑에 부딪히며 뚫고 들어갈 때 대량의 파편을 만드는데, 여기에는 포탄 자기 자신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도 있고 전차 장갑재 뒤쪽이 떨어져 나오면서 만드는 파편도 있다. 이 파편들이 약 60도 범위 내에서 마치 산탄총의 총탄이나 클레이모어의 쇠구슬들처럼 전차 내부로 쏟아진다. 전차 내부는 승무원과 주요 장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여기에 순간적으로 높은 온도로 달궈진 고속의 금속 파편들이 쏟아지면 그 일대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대전차고폭탄
M830 대전차고폭탄의 구성

M830 대전차고폭탄의 구성
Case Base and Seal: 탄피바닥 및 밀봉부, Primer: 추진장약 뇌관, Stick Propellant: 막대형 추진장약, Fuze: 고폭탄 신관, Shaped Charge Liner: 성형작약용 금속 라이너, Impact Sensor: 충격센서, Wave Shaper: 충격파 생성부, Combustible Cartridge Case: 소진형탄피(포탄 발사 시 탄피부가 금속 바닥부만 남고 타버림)

< 대전차고폭탄이 장갑을 뚫는 과정을 컴퓨터로 계산한 동영상 >

전차에서 쏘는 포탄으로 대전차고폭탄(HEAT: High Explosive Anti-Tank)이라는 것도 있다. 고폭탄이란 고성능 폭약이란 뜻으로 일반적인 군용 폭약을 말하며 이것을 사용하는 포탄으로 대전차 임무에 맞춰 만들었다는 뜻이다. 보통 일선부대에서는 ‘대탄’이라 줄여 부른다. 대전차고폭탄은 폭약 앞쪽 모양이 깔때기처럼 파여있는데, 이렇게 특정한 모양으로 만들었다 하여 이러한 폭약을 성형작약(Shaped Charge)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패인 폭약을 뒤쪽에서부터 기폭시키면 충격파가 앞쪽으로 전달되면서 한 점에 모여 결국 전체 폭발력 중 상당 부분이 앞으로 집중된다. 이렇게 집중된 폭발력은 마치 물을 이용하는 수압 절단기가 금속을 자르듯, 전차 장갑을 뚫어버리게 된다(종종 폭발 시 발생하는 열로 장갑을 녹이는 것으로 오해 받는 경우가 있지만 수 십분의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장갑이 열에 의해 녹지는 않는다). 특히 대전차고폭탄은 관통력을 높이기 위해 화약의 깔때기 부분 안쪽에는 라이너라 부르는 금속제 껍질을 덧씌운다. 라이너로는 보통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폭발 시 미세하게 붕괴되는 구리합금을 사용한다. 폭발시 미세한 분말이 된 금속들은 화약의 힘에 의해 제트 형태로 쏘아져 보내어 전체적인 관통력을 높이며 이를 금속제트(Metal Jet)라 부른다.
한편 대전차고폭탄이 최적의 관통력을 내려면 장갑에 완전히 밀착하면 안 되고 오히려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전차 고폭탄 앞쪽은 비어있으며, 아예 길다란 봉을 덧대어 이 부분이 화약보다 먼저 닿아 화약을 터트리는 전기신호를 만들도록 되어있다. 다만 현대의 전차는 복합장갑과 반응장갑 등을 이용해 대전차고폭탄에 대한 방어력을 매우 높인 상태다 보니 이름과 달리 대전차용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 대신 폭발력이 앞으로 집중된다고는 해도 여전히 사방으로도 파편을 흩뿌리므로 장갑차나 보병, 벙커 등을 공격하는 다목적으로 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다목적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다목적 대전차 고폭탄(HEAT-MP(Multi Purpose))이 전차에 주로 탑재된다.

포탄의 장전방식

전차의 포탄은 그 무게가 십 수 kg에 달하는데 아직도 많은 수의 전차는 이것을 사람이 직접 장전한다. 좁은 전차 내부에서 험지를 달리느라 흔들리는 와중에도 장전수가 포탄을 들어올려 장전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계장치는 고장이 나기 쉽다 보니 자동으로 전차포탄을 장전하는 장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아직도 전세계 전차 수를 놓고 보자면 사람이 직접 장전하는 방식이 절반은 넘는다. 전차포탄은 보통 장전수가 바로 꺼낼 수 있는 곳, 혹은 자동장전장치 일종의 탄창에 보관되는 탄약이 십 몇 발 정도 있으며, 나머지 포탄은 다른 곳에 보관된다. 게임이나 영화와 달리 실전상황에서 전차가 한 번의 전투에 포탄을 십 몇 발 이상 쏘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이다. 전투가 끝나면 전차병들은 전차 깊숙이 보관된 포탄을 다시 장전수 자리 근처, 혹은 자동장전장치 내부로 옮긴다.

< 독일 레오파르트2 전차의 수동장전 동영상 >

< 러시아의 케로젤 방식 자동장전기에 대한 동영상. 탄두와 추진장약(및 이를 감싸고 있는 탄피)가 분리된 타입. 1. 탄두를 장전 2. 먼저 발사한 탄약의 탄피 바닥부분을 배출 3. 추진장약을 장전 >

서방전차가 주로 사용하는 벨트 탄창(Belt Magazine)방식 자동장전 장치. 일종의 컨베어벨트로 탄약을 중앙으로 이동하여 장전기로 장전

전차의 부무장, 기관총

전차의 주력 무장은 전차포지만 부무장으로는 다수의 기관총을 사용한다. 사실 다수의 보병을 상대한다면 장전이 오래 걸리는 주포보다는 이런 기관총이 더 효과적이다. 옛날 전차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벙커 개념으로 기관총을 사방에 달기도 했지만, 현재는 주포와 연동되는 공축기관총 1개와 전차장, 장전수가 쓸 수 있는 기관총이 포탑 위에 1, 2개 달린다. 공축기관총은 주포를 조작하는 포수가 주포와 함께 직접 조작하며 주포용 조준장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사격이 가능하다. 전차장, 장전수용 기관총은 보통 여러 방향으로 손쉽게 돌릴 수 있으며, 특히 전차장용 기관총은 대부분 12.7mm급 이상 대구경 기관총을 사용하는데 이는 순간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나타난 적 헬기를 공격하기 위한 최후의 대공 공격 수단이다. 다만 포탑 위의 기관총은 승무원이 차체 몸 밖으로 내밀고 쏴야 하므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안전하게 차체 내에서 원격조작으로 움직이는 기관총도 등장하고 있다.

M1 에이브람스 탱크 포탑 위의 12.7mm M2 중기관총

2월호에 이어집니다.

알아두면 좋은 상식
1. 전차를 부르는 말
전차는 영어로 ‘탱크’라 부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전차(戰車)라고 부르는데, 전차는 고대 전쟁터에서 말이 끄는 수레를 부르던 말이다. 영어로는 Chariot(채리엇)이라 부르며 현대의 전차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다만 프랑스는 Char(샤르)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대 전차를 뜻하는 말에서 비롯됐다. 러시아는 영국의 영향을 받아 ‘땅크(танк)’라고 부르고 중국과 북한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땅크’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독일은 장갑 전투 차량이란 의미로 ‘판저 캄프 바겐(Panzer-kampf-wagen)’이라 부르는데 줄여서 ‘판저’라고도 한다. 전쟁영화에서 독일군 전차를 보고 ‘판저’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2. 전차의 승무원
초창기 전차는 여러 개의 포가 달려 있어서 전차 한 대에 10명 가까운 승무원이 필요하기도 했다. 현대의 전차는 보통 3~4명이 타는데 조종수, 사수, 탄약수 그리고 전차장으로 구성된다. 조종수는 쉽게 말해 운전을 맡는 승무원이고 사수는 주포를 조준하는 승무원이다. 탄약수는 명령에 따라 탄약을 재장전하는 승무원이지만 자동장전장치가 달린 전차라면 필요 없는 보직이다. 전차장은 이들 승무원 모두에게 명령을 내려 전차를 어디로 움직일지, 어느 적을 공격할지 명령하는 한편 항상 주변을 경계하며 상황을 파악한다. 전차 승무원들은 보통 원피스로 된 옷을 입는데 본래 이것은 군복 위에 덧입는 덧옷 개념에서 출발했다. 정비사들의 정비복과도 비슷한데, 기름때가 묻어도 안에 입은 군복까지 더러워지는 것을 막으며 원피스이므로 입고 벗기 편할뿐더러 허리띠 등이 좁은 전차내부의 다른 장비에 걸리는 것을 막아준다. 보통 목 뒤에는 손잡이가 하나 달려있는데, 전차가 피격 당했을 때 움직이지 못하는 다른 전차 승무원을 빨리 끌어낼 수 있도록 한 배려다.
3. 종효과
과거 우리나라 군 부대를 중심으로 전차가 공격을 당하면 안에 있는 전차 승무원이 내장파열로 죽는다는 괴담이 돈 적이 있다. 마치 종이 울리듯 전차가 울려서 그 진동과 충격이 승무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차 승무원의 옷이 원피스인 이유가 이렇게 죽은 승무원의 장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그럴싸한 거짓말도 덧붙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장갑에 관통 당하지 않아도 그 충격만으로 전차 승무원이 죽는다면 애당초 전차의 두텁고 엄청나게 무거운 장갑이 필요 없다. 실제 역사로 보자면 전차가 적 포탄을 장갑으로 막아내고 곧 반격한 사례가 매우 많았다. 최근의 일로는 90년대 걸프전 당시 미군 전차부대가 이라크군에게 기습 공격을 받았으나 포탄 십 수발을 맞으면서도 이것을 전부 막아내고 반격하여 오히려 이라크 전차부대를 파괴해버린 사례도 있다. 전차는 종처럼 하나의 금속으로 된 구조물이 아니기에 충격을 받아도 대부분 현가장치나 기타 구성품에 의해 흡수될뿐더러 50~60톤의 전차에 십 수 kg짜리 포탄을 맞더라도 전차 전체를 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 루머를 비웃는 말로 전차를 파괴하려면 공사용 햄머(속칭 오함마)로 전차를 내려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4. 무인포탑 전차
전차가 적 공격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분은 포탑이다. 이 포탑에는 전차장과 사수, 그리고 탄약수가 탑승한다. 이 때문에 포탑이 공격받아 파괴될 경우 전차장, 사수, 탄약수가 가장 위험하다. 이를 막고자 포탑에는 사람이 타지 않고, 전차장과 사수는 차체에 탑승하는 무인포탑 전차 개념이 등장하였다. 이 개념이 실용화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로, 2015년에 공개한 러시아의 아르마타 전차가 세계 최초로 무인포탑을 사용하여 실전 배치된 전차이다. 포탑을 무인화할 경우 승무원 탑승공간이 필요 없으므로 포탑의 크기를 줄여 포탑만 언덕 위로 내놓고 매복하기도 수월해진다. 반대로 차체에 모든 승무원이 탑승해야 하므로 차체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무인포탑을 사용한 T-14 아르마타 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