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얽히고 설킨 핏빛 총성 - THE SSEN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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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
얽히고 설킨 핏빛 총성

글. 양욱 국방포럼 국방위원 지난 파리테러를 통하여 IS(Islamic State)는 전세계에 자신의 위상을 알렸다. 포로의 참수와 학살, 그리고 무차별 테러로 얼룩진 IS의 공격에 대해 미국, 영국, 프랑스는 물론 러시아까지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대체 IS란 어떤 조직이고 세계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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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의 탄생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시작된 것이 벌써 15년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전장으로 바뀌었으며 무려 10년간 작전이 진행됐지만, 알 카에다나 탈레반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담 후세인 일가가 사살되고 9.11 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이 사살되었을 뿐이다. 테러가 사라지긴커녕 오히려 2004년부터는 이라크에서 반군활동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 반군조직 가운데 가장 유명해진 것이 ‘유일신과 성전’으로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라는 요르단 출신 범죄자가 만든 테러단체였다. 이들은 인권운동가 닉 버그나 한국인 김선일 씨 등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테러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유명세가 따르자 알 카에다는 이들을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AQI, Al-Qaeda in Iraq)로 선정하고 모든 지원을 집중했다. 미군은 빈 라덴보다 알 자르카위의 사살을 최우선 목표로 할 정도였다.
미군은 꾸준한 추적을 통해 2006년 6월 알 자르카위를 사살했다. 리더를 잃은 AQI는 테러조직 ISI(이라크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Iraq)로 재탄생하여 더욱 활발한 반군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2007~8년 무렵 미군의 본격적인 공세로 ISI는 이라크 내의 본거지를 거의 상실한 채 2010년 이후 시리아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아랍의 봄과 함께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이들에게는 다시 없는 부활의 기회였다. 이들은 2013년 ISIS(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또는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로 이름을 바꾸면서 이제 알 카에다를 넘어서는 최고의 테러조직을 자처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드디어 일이 벌어졌다. ISIS가 이라크로 돌아온 것이다.

IS의 변천과정

전장의 근본적인 변화인가?

IS의 공격양상은 이전의 어떤 군사작전과도 다른 모습이었다. 겨우 800명의 ISIS 전사들이 몰려오자 국가관도 충성심도 없는 이라크군은 3만여 병력이 무장을 버리고 달아났다. 미군의 점령시절부터 이라크 북서부의 수니파 지역은 이슬람 반군활동의 근거지였다. 시아파가 이끄는 이라크 중앙정부에 꾸준한 반감을 가지고 있던 지역민들은 ISIS의 진군을 반대하지 않았다. 시리아에서 이라크에 걸친 8만 8천㎢ 면적의 수니파 근거지를 갖게 되자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자신들만이 신정일치의 정치를 하는 정통 이슬람국가(IS)라고 선언했다.
IS는 애초에 AK소총과 자살폭탄 조끼에 의존하는 반군조직이었지만, 시리아나 이라크 정부군의 노획장비를 획득하면서 점차 진화해나가고 있다. IS에 노획된 장비에는 T-72 전차와 같은 이라크·시리아 정부군 장비부터 미군이 이라크군에게 넘겨준 M1 에이브람스 전차나 험비 같은 차량도 있다. IS는 MiG-21이나 MiG-23 같은 전투기도 노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운용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여전히 훈련된 군인이 아니기에 픽업트럭에 대공기관포를 장착한 ‘테크니컬’ 차량을 애용하고 있다.
그러나 IS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증오이다. 뛰어난 전투기술이 아니더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한 공격성향으로 수많은 적들을 제압해왔다. 하지만 IS가 키워낸 증오의 전사들은 이라크나 시리아에만 그치지 않는다. IS는 사이버 홍보수단을 통하여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시아 등을 상대로 경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소외 받은 젊은이들을 흡수하여 자생적 테러범으로 키워내고 있다. 2015년 11월의 파리테러나 12월 미국 총기난사도 바로 이런 자생적 테러범들에 의한 공격이었다.

IS 관련사진 IS 관련사진

현대전의 변화들

IS에 대한 전쟁에서 미국은 선별적 타격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세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전쟁으로 국부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시퀘스터를 실시하면서 이라크에서는 2011년 철수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14년에 철수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전쟁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나름의 전략적 판단이다. 어차피 대규모의 지상군을 파견하여 싸울 수 없는 바에야 뱀 머리를 잘라 적 지휘부를 마비시키는 참수작전이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고가치표적(HVT) 작전은 여전히 전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투수단이다.
미국의 IS 격멸작전은 ‘내재적 결단 작전(Operation Inherent Resolve)’이라고 불린다. 미국은 ISIS와 같은 테러그룹을 격멸하기 위한 흔들리지 않는 결단이 있다는 걸 역내 동맹국들에게 알리는 이름이라고 한다. 긴축재정으로 인해 미군은 본격적인 지상군 파병을 하지 않는 대신 특수부대가 현지 인원을 훈련시켜 싸우고, 항공전만을 직접 수행하여 승리하겠다는 계획으로 전쟁에 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4년 8월 8일 작전개시 이후 미군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전쟁 비용만 무려 1,100만 불(한화 약 130억 원)이다. 또한 2015년 한 해에는 무려 8,929회의 공습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비행 소티는 무려 19,269회로 실제 폭탄을 떨군 공습은 불과 46%로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이는 민간인의 부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미군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 미군의 IS 공습장면 / 출처: 미국방부 >

미군 공습의 주력은 역시 무인기이다. 이미 미군은 ISTAR(Intelligence Surveillance Target Acquisition Reconnaissance: 정보, 감시, 목표획득, 정찰) 자산은 80% 이상을 무인기로 전환했다. 여기에 더해 이제 무인기에서 직접 공격까지 가능하다. 이미 2001년부터 테러범 제거임무에 투입되었던 MQ-1 프레데터 무인기에서부터 폭장량을 1.4톤으로 늘린 MQ-9 리퍼 무인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공군 F-16 바이퍼와 F-15E 스트라이크 이글, 해군·해병대의 F/A-18E/F 슈퍼 호넷 등이 주력기종으로 작전 중이다. 퇴역을 강요 받고 있는 A-10 공격기나 B-1B 폭격기도 놀라운 활약을 하고 있으며, HVT 작전 중 가장 중요한 임무에는 F-22 랩터 전투기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미군 무인 공격기 MQ-9 리퍼 운용영상 / 출처: 미국방부 >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미군이 타격하는 목표는 대부분 전술적 목표이고, 이는 하늘에서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없다. 즉 표적 선정의 역할을 지상에서 담당하는 것이 미군 군사고문단들로, 그린베레나 네이비실 같은 특수부대들이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즉 무기체계 자체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지휘통제 방식으로 어떻게 적은 병력으로도 승리를 이끌어 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 IS 관련사진 IS 항공전의 주력은 UAV로, IS의 사형집행수인 ‘지하디 존’을 제거한 것도 MQ-9 리퍼이다. (출처 : 미 국방부)
  • IS 관련사진 MQ-9 리퍼는 최대 1.4톤의 외부무장을 장착할 수 있으며, 최신형 블록5에서는 40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해졌다. (출처 : 미 국방부)
  • IS 관련사진 핵심표적의 제거에는 F-22 랩터와 같은 최첨단 기체가 투입되기도 한다. (출처 : 미 국방부)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IS 관련사진

라팔은 이미 시리아 폭격임무에서 여러 차례 활약한 바 있다. (출처 : 프랑스 공군)

물론 미국만이 홀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요르단, UAE, 카타르 등이 전투기를 보내거나 항공기지를 제공하면서 미국의 공습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수니파 국가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동참하지 않고 남부 예멘 지역에서 별도로 IS세력과 교전 중이다. 프랑스는 이미 라팔 전투기를 동원하며 IS를 폭격해왔지만, 지난 11월 파리테러 직후 미라지2000D/N 폭격기 10대가 보복작전에 나서 IS의 수도를 폭격했다. 이후 본격적인 공격을 위해 샤를르 드골 항공모함도 현재 파병된 상태이다. 유럽의 또 다른 축인 영국은 12월 3일 공습 참전을 결정하여 토네이도 GR4를 파견했다.

< 파리테러 보복작전에 나선 미라지2000 전투기 / 출처: 프랑스 공군 >

러시아는 동맹국이자 아랍의 핵심 교두보인 시리아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푸틴은 2015년 9월 30일부터 러시아군에게 IS 공습을 명령했다. 러시아군은 하루 30~40회 정도 공습을 실시하고 있는데, IS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정유시설 30여 개소와 원유 운반차량 1,200여 대를 파괴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공격으로 IS의 석유 판매량이 50% 정도 감소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습에는 Su-24나 Su-34 같은 장거리전폭기 이외에도 Tu-95, Tu-22M, Tu-160 등 대형폭격기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공습에는 OFAB-500 자유낙하폭탄이나 KAB-500 레이저 유도폭탄 이외에도 Kh-55SM 순항 유도미사일 등이 대거 활용되었다.

< 러시아군의 장거리 폭격기 폭격장면 / 출처: 러시아 국방부 >

터키는 2015년 11월 24일 러시아의 Su-24 전폭기를 자국 영공침범을 이유로 격추시켰다. 이 사건으로 조종사 1명이 사망하고 1명은 구조된 가운데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국제적으로 이런 영공침범에 대해서는 격추보다는 식별요격(근접비행으로 육안 확인을 하고, 퇴거를 압박하는 것)이 주류라는 점에서 터키의 공격에서 정치적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즉 시리아 지원을 빌미 삼아 남진해오는 러시아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한 IS 점령지역에서 활동하는 투르크멘족을 지켜내고,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제어하기 위해 터키는 이라크 내전에 참가를 선언했다. 가장 쓸 만한 지상군이 쿠르드족 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은 터키를 말리고 있다.
그야말로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더 이상 풀어내기 어려운 것이 IS 사태이다. 각국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힘을 모을 만큼 IS가 위험한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아직은 말이다.

IS 관련사진

Tu-22M 폭격기의 폭탄투하장면